프롤로그
아내가 많이 아픕니다. 아내가 처음 증상을 이야기하던 날, 저는 놀라움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 증상이, 몇 해 전 세상을 떠나신 장인어른의 증세와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곧바로 해당 분야의 저명한 의사 선생님이 계신 병원을 찾아 아내의 정밀 검사를 받고, 다음 주 목요일에 결과를 듣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가는 아내를 바라보며 그저 옆에 함께하는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조용히, 하루의 시간을 비워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고3 아들에겐 넉넉히 반찬을 챙겨주고, 용돈도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검사 결과 듣기 전에 바람 좀 쐬고 올게."
이 글은, 검사 결과를 들은 이후에 남기는 기록입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아주 건강한 상태임을 확인받았고, 그제서야 저는 한숨을 돌리며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이 순간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래 우리에겐 쉼이 필요해!
우리 부부에게는 쉼, 휴식이 필요합니다.
정말 오늘만큼은, 공부는 잘 못하고 안 하지만 밥은 참 잘 먹는, 이제 훌쩍 다 커버린 마음 착한 고등학생 아들 녀석의 끼니 걱정도 잠시 접어두고, 우리 부부 둘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답답할때마다 늘 자주 찾았던, 그리고 갈 때마다 위로가 되었던 영종도, 그곳에 위치한 네스트(NEST) 호텔이 생각납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지친 새들이 깃드는 따뜻한 둥지처럼, 네스트 호텔이 지친 우리 부부에게도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주길 바라며 찾아갑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날이 아니라 순간들
네스트 호텔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전체 구조물이 노출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차가운 재질감과는 다르게,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오히려 따뜻했습니다.
인테리어와 가구 하나하나의 배치, 조명과 질감의 조화가 딱딱하고 냉정한 공간이 아닌, 포근하고도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안겨줍니다.
네스트 호텔은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디자인 호텔 네트워크인 '디자인 호텔스(Design Hotels™)'의 멤버로 선정된 곳으로, 독창적인 디자인과 건축으로 유명합니다.
리셉션 옆의 기둥 밑에 놓인 디자인 호텔스 책자.
그리고 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여러 번 반복해 읽게 했던, 바닥 위에 새겨진 한 문장.
We do not remember days, we remember moments.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어느 날이 아니라, 어느 순간들이다.'
– Cesare Pavese / 이탈리아의 시인
짧지만 깊은 이 문장은, 이 여행의 의미와 지금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제 가슴에 깊게 새기게 해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친절한 네스트 호텔의 직원의 도움을 받아 편히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이동합니다.
큰 창 앞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
그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천천히 쉬어갑니다.
곰인형 코코도 반한 평화로운 풍경
부드럽고 깨끗한 침구 위에 앉은 아내의 곰인형, 코코가 창밖의 여유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은은한 빛이 스며든 이 편안한 공간은 곰인형 코코마저 한참 동안 바라볼 만큼 평화롭습니다.
코코가 반한 창밖 풍경은,
잔잔한 바다 위로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떠 있으며, 멀리 옅게 안개가 낀 산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초록빛 소나무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풍경이 좋다 보니 객실 내부 보다는 저와 아내는 객실 테라스에 나가 전망을 한참 즐깁니다.
파란색 수영장 수조의 수영장이 눈길을 끕니다.
네스트 호텔 스텐다드 더블 오션뷰
객실 내부
깨끗하고 편안한 침구류
새벽잠 없는 아내와 제가 꿀잠을 잘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환대는 정성스런 메모 한장으로 충분
정성스러운 환영 메시지 카드와 초콜릿이 놓인것을 보고 아내는 따뜻한 환대를 느꼈다고 합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타월과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욕실은 기분 좋은 휴식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도 TV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 조금 부끄럽지만, 드라마와 넷플릭스, 유튜브까지 즐길 수 있는 네스트 호텔의 알찬 시스템 덕분에 우리 부부의 공통 관심사를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금 제가 찍은 네스트 호텔 사진 폴더를 보니, 다른 블로거들과는 달리 역시나 객실의 수많은 시설과 어메니티를 당연한 듯 빼먹고 말았습니다. 남아 있는 사진이라고는 세스코 사인과 금연 안내문이 있는, 저만의 독특한 취향이 드러난 사진뿐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욕실의 깔끔하고 감각적인 어메니티는 잊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객실밖 느리게 걷는 호텔 내외 풍경
3층 사우나층에서 내려다본 로비의 모습입니다.
마치 꽃잎을 겹겹이 포갠 듯한 독특한 조명등이 공간을 더욱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줍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와인 좋아하는 아내가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KUNST HAPPY HOUR
네스트 호텔 옥외로 향하는 아내의 뒷모습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아내의 거부에 의해 제 카메라의 뷰파인더에는 아내의 얼굴 대신, 이렇게 뒷모습만을 몰래 담게 됩니다.
제 눈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워지는 아내인데, 아내는 자꾸만 뷰파인더 밖으로 멀어져 갑니다.
덩그러니 식당앞 테라스에 놓은 의자 두개
네스트 호텔 해변의 고요한 풍경안에, 독특한 둥지 모양의 휴식 공간이 바닷가에 놓여 있어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은은한 갈대가 바닷바람에 살랑이며 평화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아내와 호텔 주변 산책로를 산책하며 참 잘 왔다며 서로를 칭찬해줍니다.
네스트 호텔 옥외 수영장입니다.
위층의 수영장은 이용하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합니다.
아들녀석 어릴적이었더라면 분명히 이곳에서 하루를 다 보냈을것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다시 호텔로 들어옵니다.
지하층 벽면에 걸린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회색 벽면이 화려한 색감의 미술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유롭게 시작하는 하루 네스트 호텔의 모닝 뷔페
저희 동상이몽 부부가 가장 잘 맞는 것 중 하나가 호텔 투숙 시 꼭 조식 뷔페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첫 스타트를 끊으며 입장하는 것이 저희 부부인데, 이곳 네스트 호텔은 다양한 코너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어 더욱 기분 좋은 아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연어 맛집 네스트 호텔 조식뷔페
야채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 뭐라고 혼내는 아내때문에 건강하고 신선한 야채를 하나가득 담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전 한식파입니다.
그렇게 몇접시를 먹고서도 아쉬움이 남아, 다양한 야채를 넣어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에필로그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이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네스트 호텔 안밖에서 걱정은 뒤로하고
마음껏 웃고, 천천히 걸으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었던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되새긴 시간 이었습니다.
네스트 호텔에서의 호캉스는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닌, 지친 마음을 토닥이고 부부간에 서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부부이고 부족함이 많은 부모이지만, 이 세상을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너무나 다행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 날의 따뜻한 순간들은 생생히 기억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주 이렇게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 것을 조용히 다짐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영종도의 바다를 담은 사진 한 장을 남기며, 이만 인사드립니다.
부족한 글과 사진 끝까지 읽어주시고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영종도 여행시 참고하시면 좋은 제빵소와 음식 관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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